내가 생각하는 AI 시대, 개발자에게 필요한 것

들어가며

요즘 개발 커뮤니티를 보면 AI에 대한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AI가 개발자를 대체할 것인가”, “개발자는 이제 필요 없어지는 것 아닌가” 같은 불안한 질문들이 계속해서 나온다. 나도 처음엔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며 조금 불안했던 것 같다. 하지만 실제로 AI와 함께 일하면서, 이런 질문들은 본질을 좀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AI 시대에 개발자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최근 이 질문에 대해 많이 생각해봤고, 나름의 답을 정리해보려 한다.

적재적소의 기술 선택

내 생각에 AI 시대 개발자의 핵심 역량은 ‘적재적소에 무엇을 활용할지 아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 기술을 잘 다룰 수 있는가”가 중요했다면, 이제는 “어떤 상황에서 어떤 기술이 최적인지 판단할 수 있는가”가 더 중요해진 것 같다. 마치 요리사가 수십 가지 재료와 조리법 중에서 그 요리에 가장 적합한 것을 선택하여 완성도 높은 요리를 만드는 것처럼 말이다.

다양한 기술과 트렌드를 파악하고, 각 기술을 장단점을 이해하고, 어떤 상황에서 어떤 도구가 최적의 퍼포먼스를 내는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신기술이 나왔다고 무조건 적용하는 게 아니라, 프로젝트의 맥락 안에서 정말 필요한지, 팀이 감당할 수 있는지, 유지보수는 가능한지를 고민해야 한다.

새로운 기술을 사용하려면 그 기술을 먼저 이해해야 하고, 이해하려면 결국 공부해야 한다.

결국 개발자는 평생 공부하는 직업이라는 본질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

바뀌는 것: 기술을 사용하는 형태

솔직히 말하자면, 코드 생산 속도에서 AI를 이길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간단한 CRUD API를 만들거나, 반복적인 컴포넌트를 작성하거나, 보일러플레이트 코드를 생성하는 작업에서 AI는 이미 인간보다 빠르다. 물론 현재 AI가 만드는 코드의 품질이 완벽하지 않다는 이야기도 많이 들린다. 하지만 내 생각엔 이건 ‘일시적인 문제’다.

AI는 계속 발전하고 있고, 코드 품질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6개월 전의 ChatGPT와 지금의 ChatGPT를 비교해보면 그 차이가 확연하다. 앞으로도 이런 발전 속도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렇다면 개발자는 무엇을 해야 할까? 나는 AI가 더 잘하는 일을 붙잡고 있을 게 아니라, AI와 협업하는 새로운 방식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코드를 직접 타이핑하는 시간은 줄어들겠지만, 대신 AI에게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지 정확하게 지시하고, 결과물을 검증하고, 최적화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이다.

바뀌지 않는 것: 개발자의 역할

그래서 내 생각엔 도구가 바뀌어도 개발자의 본질적인 역할은 그대로다.

우리는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다. 비즈니스 요구사항을 이해하고, 기술적 제약을 파악하고, 그 사이에서 최선의 해결책을 찾아내는 사람.

AI는 도구일 뿐이다. 아주 강력한 도구이긴 하지만, 도구 그 자체가 문제를 정의하거나 해결 방향을 설정할 수는 없다. 결국 무엇을 만들지, 어떻게 만들지, 왜 만들지를 결정하는 것은 사람의 몫이다.

우리는 이 변화 속에서 AI를 더 잘 활용해야 하고, 결과적으로 “주어진 상황에 최적의 퍼포먼스를 내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벽한 코드, 최신 기술 스택을 사용한 코드가 항상 좋은 건 아니다. 때로는 레거시 시스템과의 호환성을 고려해야 하고, 때로는 팀의 기술 스택에 맞춰야 하고, 때로는 빠른 출시를 위해 트레이드오프를 해야 한다. 주어진 제약 조건 안에서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유지보수 가능하며, 팀원들이 이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 그게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마치며

AI 시대에도 개발자의 가치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 가치의 형태가 조금 바뀔 뿐이다.

코드를 얼마나 빨리 많이 작성하느냐보다, 올바른 문제를 정의하고 최적의 해결책을 설계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질 것 같다. AI라는 강력한 도구를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개발자의 경쟁력이 될 거라고 생갱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속 배우고 성장하려는 자세. 이것만큼은 절대 변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