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만에 처음 써보는 개발자 회고 2025

2025년도가 거의 다 지났습니다.

개발자가 된 지 5년, 2020년부터 지금까지 정신없이 달려오며 한 번도 제대로 된 회고를 써본 적이 없었습니다. 올해는 정말 많은 변화가 있었고, 이제는 기록을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처음으로 회고를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4L 회고 방법론을 통해 2025년을 돌아보며, 좋았던 점(Liked), 배운 점(Learned), 부족했던 점(Lacked), 그리고 앞으로 바라는 점(Longed for)을 정리해봅니다.

🌟 Liked (좋았던 점)

다시 찾은 나의 목소리

정규직 → 프리랜서 → 정규직 지인의 추천으로 프리랜서로 일하며 매력적인 급여와 명확한 업무 범위를 경험했지만, 결국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내 의견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환경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서비스를 만드는 개발자로서 단순히 요구사항만 구현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에게 정말 좋은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한번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가치를 함께 추구할 수 있는 팀으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 올해 가장 잘한 선택이었습니다.

급여나 직급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만드는 서비스에 대한 애정과 내 의견을 낼 수 있는 환경입니다. 이것이 제가 프리랜서에서 정규직으로 다시 돌아온 이유이고, 앞으로도 회사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고려할 기준입니다.

백엔드로의 회귀, 그리고 새로운 시작

처음 신입으로 입사했을 때 백엔드 개발자였던 제가, 어쩌다 프론트엔드를 거쳐 다시 백엔드로 돌아왔습니다. 마치 긴 여정을 마치고 원점으로 돌아온 것 같지만, 그 과정에서 얻은 프론트엔드 경험은 이제 제 강력한 무기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프론트엔드, 백엔드, DevOps, 앱 개발 등 다양한 영역을 보고 공부하며 각 분야의 매력을 느꼈지만, 결국 백엔드 개발에 가장 큰 매력을 느꼈고 좋은 기회가 찾아와 백엔드로의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AI와 함께하는 개발의 즐거움

Github Copilot으로 시작해 Cursor, Claude Code, Gemini, Antigravity까지 다양한 AI 도구들과 함께 개발하며 정말 빠르고 재미있게 코드를 작성할 수 있었습니다. Vibe coding이라는 새로운 개발 방식을 경험하며 개발 생산성이 얼마나 높아질 수 있는지 체감했습니다.

📚 Learned (배운 점)

AI는 도구일 뿐, 본질은 여전

AI는 강력한 도구지만, 그 도구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개발자의 깊은 전문성이 필수입니다. 단순히 AI가 생성한 코드를 검수하는 것을 넘어, AI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고 최적의 결과물을 이끌어내는 것이 진짜 개발자의 역할이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피상적인 지식으로는 AI에게 “이 기능을 만들어줘”라고만 할 수 있지만, 깊은 전문성이 있다면 “이 기능을 A 패턴으로 구현하되, B 방식으로 최적화하고, C를 고려해서 확장 가능하게 만들어줘”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차이는 단순히 개발 속도의 문제가 아닙니다. 코드의 가독성, 성능, 확장성, 유지보수성 모두가 달라집니다. AI는 강력하지만, 그것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개발자와 그렇지 못한 개발자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질 것입니다.

커리어는 직선이 아닌 곡선

정규직과 프리랜서,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오가며 배운 가장 큰 교훈은 커리어는 직선으로 성장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때로는 옆으로, 때로는 뒤로 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모든 경험이 결국은 나를 더 단단한 개발자로 만들어줄 것이라 믿습니다.

🔍 Lacked (부족했던 점)

AI 의존도 관리의 실패

AI와 함께 개발하는 것은 정말 즐거웠습니다. 프롬프트만 잘 작성하면 빠르게 코드가 만들어지고, 생각했던 기능이 금방 구현되는 경험은 마치 게임처럼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즐거움이 오히려 독이 되었습니다. “만드는 것”에만 집중하다 보니, 정작 그 기술을 깊이 있게 공부하는 것을 계속 미뤘습니다. “이건 AI가 해주니까 나중에 공부해도 되겠지”, “일단 만들고 나서 원리는 천천히 알아봐도 되겠지”라는 생각이 반복됐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많은 것을 만들었지만, 정작 제대로 아는 것은 많지 않은 상태가 되어버렸습니다. “빠른 개발”에 도취되어, 정작 개발자로서 성장해야 할 “깊은 학습”의 시간을 스스로 빼앗아버린 것입니다.

체계적인 학습과 기록의 부족

5년 동안 회고를 한 번도 쓰지 않았다는 것 자체가 제가 얼마나 체계적인 학습과 기록을 소홀히 했는지를 보여줍니다.

개발을 하면서 많은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기술을 배우고, 실수도 많이 했지만 그것들을 제대로 기록하지 않았습니다. AI에게 물어보면 답을 바로 얻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배운 것을 내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더욱 중요해졌습니다.

같은 문제를 몇 달 후에 또 만나서 AI에게 다시 물어보거나, 분명히 예전에 해결했던 이슈인데 어떻게 해결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일이 반복됐습니다. AI가 답을 주는 것과 내가 그것을 이해하고 응용할 수 있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였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하면서도 배운 것을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했습니다. 글을 쓰는 과정에서 개념을 재정리하고, 왜 이 방법을 선택했는지, 다른 방법은 왜 안 되는지를 설명하려다 보면 자연스럽게 깊은 이해로 이어지는데, 그런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셈입니다.

결과적으로 많은 경험을 했지만, 그 경험들이 체계적인 지식으로 쌓이지 못하고 흩어져버렸습니다. 경험의 양은 늘어났지만 그것이 진정한 성장으로 연결되지 못한 것이 2025년 가장 아쉬운 점입니다.

🎯 Longed for (바라는 점)

2026년: 더 깊이, 더 체계적으로

2026년에는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더 다양하게 공부하겠다는 막연한 목표가 아닌, 더 깊이, 더 체계적으로 학습하고자 합니다.

백엔드 개발자로서의 전문성을 키우는 것이 최우선 목표입니다. 동시에 프론트엔드 경험을 살려 전체 시스템을 아우를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AI 시대의 올바른 개발자상

AI는 계속 발전할 것이고, 개발 방식도 계속 변화할 것입니다. 하지만 그 속에서도 코드의 본질을 이해하고,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AI를 단순히 생산성 도구로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AI와 진정으로 협업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 AI에게 정확하고 구체적인 지시를 내릴 수 있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 능력
  • 생성된 코드의 품질, 성능, 확장성을 판단할 수 있는 깊은 전문성
  • 다양한 구현 방식 중 최선을 선택할 수 있는 설계 능력

AI가 아무리 발전해도, 그것을 제대로 활용하는 것은 개발자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속적인 회고와 기록

이번 회고를 시작으로, 정기적으로 나의 성장을 기록하고 돌아보는 습관을 만들고 싶습니다.


마치며

2025년은 변화의 해였습니다. 정규직과 프리랜서를 오가며 일의 의미를 다시 생각했고, 프론트엔드와 백엔드를 넘나들며 시야를 넓혔으며, AI와 함께 개발하며 개발자의 본질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그 과정에서 제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어떤 개발자가 되고 싶은지 명확해졌습니다. 돈보다는 의미, 타이틀보다는 성장, 빠름보다는 본질을 추구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습니다.

이 회고가 그 시작점이 되길 바랍니다.